[행사] 71회 코믹월드를 다녀와서.



코믹을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건 2년전쯤이다.

사실 난 코믹에 뭔갈 사러간다기 보다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가는데, 2년 동안이나 발길을 끊은 건 점차 변질되어가는 분위기가 괴로워서였다.

그러다가 이번 주말에 학여울 근처에 사는 친구네 집에 들렸다가 꽤나 충동적으로 코믹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일요일 오후쯤 되서 그런가 사람에 치이지도 않고 꽤 편하게 구경하고 나왔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그새 변한 것도 많고, 그대로인 것도 있더라.


이어지는 내용은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2년전 코믹에 비교해 개인적으로 느낀점이다.
언제적 얘기냐- 라고 하면 슬프다.




1. 회지가 많아졌다. 그것도 창작회지가.

2년전엔 팬시가 주류였고, 회지도 그때그때 대세만화의 BL패러디물 정도였을 뿐. 창작 회지는 가뭄에 콩나듯 한두개 있을까말까였다. 그닥 퀄리티가 뛰어나지도 못했고.

근데 오늘 보고 깜짝 놀랐다. 신선한 충격이랄까.
사실 팬시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지만, 회지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여전히 대세만화는 있긴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한두개의 만화가 온코믹을 휩쓸정도는 아니더라. 게다가 창작회지가 엄청 늘었다. 프로작가들도 여럿 참여한 것 같은데(내가 확인한 것만 해도 3명) 전체적으로도 퀄리티들이 많이 좋아졌다.

보니까 소설들도 많이 팔던데 행사 특성상 잘 팔렸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 용감한 아마추어리즘이 난 좋더라.



2. 19금은 또 왜 이렇게 많누.

이번에 가서 사뭇 놀랐던(많이 놀랐다, 나) 것 중 하나가 성인물이 너무 많아진 거였다. 반이상이 15금 이상, 19금도 굉장히 많더라.
 
대부분 견본에서 야한 장면 같은 건 테이프로 봉해놔서 직접 볼 수는 없었는데, 유독 한 부스에서 꽤나 노골적인 포르노(성기가 가려지지도 않는 까만 막대 모자이크.. 포르노였다 그건..)를 후처리도 하지 않고 그냥 공개해놨더라. 코믹측에서 제재하질 않는건지 몰래 팔고 있는건지 알 순 없었지만(후자이길 바란다) 성인물 이라고만 써진 쪽지만 올려두고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는 곳에 그냥 방치해두다니 이건 개념상실 아닌가.

내 예전기억으론 분명 성인코믹이라는 행사도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안하는건가? 19금 자체를 나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있고 수위가 있는 건데..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어린아이들까지 오는 행사장에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 꺼림찍하더라.



3. 왜 일본 제책 방식으로 책을 뽑나?

정말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한두개도 아니고 꽤 많은 수의 회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제본으로 책들을 내고 있던데 왜 굳이 불편하게 그랬어야 했을까가 정말 궁금했다. 혹시 아는 사람?

그리고 일본어로만 된 회지도 팔고 있던데 그건 대체 뭐였는지.. 여러가지로 머릴 굴려봤는데 도통 모르겠다. 일본의 회지를 국내에서도 파나? 일본인이 한국코믹에도 부스를 냈나? 아니면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아아 정말 모르겠다.



4. 그리고 변함없는 상업성과 겉멋.

이문제는 더이상 말해봐야 입만 아파지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랴. 이게 빠지면 그게 어디 코믹이던가.

굉장히 무성의한 손바닥만한 얇은 카피본을 이천원에 파는 걸 보고 피식 했는데 그거 많이 팔렸으려나 모르겠다. 뭐 팬시쪽이야 지나다니며 흘깃흘깃 본 게 전부긴 하지만 그쪽은 뭐 변함없더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또 소위 인기작가라는 사람들의 화려한 그림책들이 잘 팔리는 것도 여전한 모양이고. 그림 그리는 내 친구는 혀를 차더라. 배경이고 뭐고 없고 인물만 예쁘게 그려놨다고. 코믹이라는 행사의 특성상 한눈에 팍 들어올 정도의 능숙하고 예쁜 그림이 잘먹힌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팬시도 아니고 회진데도 그저 예쁜 그림이면 좋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하기 힘들다.

난 내용도 성의도 없는 패러디물은 딱 질색인 사람인데, 희한하게도 그림이 정말 눈돌아갈 정도로 예쁘고 화사한 회지는 내용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더라. 내용에 신경쓰지 못할거라면 그냥 그 예쁜 그림 일러스트 회지로만 내주면 안될까.





2년만의 코믹방문은 즐겁기도 했고 입맛이 꽤 씁쓸하기도 했다.
부스를 내고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왜 그리 뚱하니 무표정한지. 정말 재미없어 보이더라.
아마츄어들의 상업적인 행사라는 것부터가 언밸런스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그 분위기를 즐길 수는 없는 걸까. 나름 만화인들의 축제 아닌가.

음..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by 후아 | 2007/11/12 13:50 | 리뷰 or 감상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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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안 at 2007/11/12 14:15
밸리에서 보고왔어요
다른건 몰라도 마지막건 아마.. 마감에 찌들려서라던가 밤새도록 팬시를 잘라서.. 가 아닐까 잠시 추측해보아요 저도 양일 부스 나갈때는 일요일날 지쳐서 힘들었거든요;;
요새 회지 좋은게 많이 나와서 지갑이 얇아져서 슬퍼지기도 한편 재밋는게 많이 나와서 즐겁습니다. 오리지널이 많아지는건 즐거운 일이에요
3번은 아마 한국인이 일본 코믹에 냈던 책을 들고오신듯..합니다.
초면에 주절주절 죄송해요;;

12월에 참가예정인데 벌써 두근두근 하군요!
Commented by 행인 at 2007/11/12 14:18
안녕하세요. 저도 밸리를 통해서 들렸습니다.
책의 제철이나 일본어등은 한국동인에서 활동하지만 일본동인행사쪽에도 동시에 참가하는 부스가 일전에 비해서 상당히 늘었더라구요. 그걸 염두해두고 찍었을 겁니다.
Commented by 김은람 at 2007/11/12 18:24
네, 제책방식으로 책을 뽑는건 한국동인분이 일본동인행사도 참가하셔서 그렀습니다. 보니까 보통 일본에서 먼저 낸 책을 한국어로 바꾼후 다시 뽑는경우가 제책방식이더라구요. 부스를 내는 입장에서.... 꼭 판매자 분들이 재미가 없어서 뚱하거나 하지는않을거예요; 아마 피곤에 쩔어서 그렇지않을까하네요... <-즐겁게 부스참가를 해서요; 에헤; <-
Commented by 천어랑 at 2007/11/12 23:51
언젠가부턴가 일본 회지를 수입(?)해서 팔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갔을 땐 번역된 회지가 있었는데...
창작 회지가 많아졌다는 건 기쁘네요!
데스노트 이후로는 대세(?)랄 만화가 안 나와서인 것 같기는 한데
역시 코믹은 춘추전국시대가 좋아요.
Commented by gematsal at 2007/11/13 01:24
헤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구나...

문득 네 글을 읽고 떠오른, 과거 E.Y.E때의 일. 뭐- 만화인들의 축제가 아닌
연예인을 좋아하고, 연예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이들의 축제아닌 축제였지만...
Commented by 에틴 at 2007/11/13 02:53
전 코믹 초기에 부스 내고 장사해본 사람인지라 -ㅂ- 최근에는 정말 어디든
돈돈돈! 하는 느낌이 빠지질 않아요. 장사하지 않으면 코믹 나갈 의미가 없다...
그렇죠. 아무래도 예전의 아마츄어리즘이란건 조금 퇴색하지 않았나 싶기도..
Commented by 후아 at 2007/11/14 00:16
시안/ 아 찌들려서 그랬던건가요;; 안타깝네요; 돌아다니다보니 무표정하거나 노려보시는 분들도 계셔서 살짝 불편했거든요. 그런 속사정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12월에 코믹에 참가하신다니 맘껏 즐기시고 오셨으면 좋겠네요 :D

행인/ 그 생각도 해보긴 했는데 그게 맞는 건가요? 그런 제책방식이 자주보이고 아마추어 냄새가 많이 나시는 분들도 계셨고 해서 설마 했었거든요. 많이들 진출하시나 보군요^^

김은람/ 표정이 안좋으신 분들이 많아 제가 오해를 한 모양입니다 ^^ 당연히 즐겁게 코믹에 임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어랑/ 회지를 수입해서요? 작가랑은 얘기가 된거겠죠? ^^;; 정말 이번에 코믹가서 제일 좋았던게 순수창작물이 많아졌다는 거였어요. 잔뜩잔뜩 좀 생겼으면 좋겠네요 :D 요즈음의 대세라면 크게 휘두르며 정도 인 것 같더군요. 사실 요근래 제대로 챙겨보는 작품이 없어서 봐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쩝.. 나이가 드니 챙겨보는 것도 힘들어요.

gematsal/ 안 그래도 그쪽 행사도 생각나더라. 그쪽은 요즘도 하나?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시들해졌다고들 들었는데 소식을 접할 곳이 없으니 이거 원 'ㅁ'

에틴/ 초창기 코믹엔 가보질 않아서 순수 아마츄어리즘으로 무장한 코믹은 상상이 안되네요^^; 2년 만에도 이렇게 많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또 계속 변하겠죠. 좀 좋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Commented by gematsal at 2007/11/15 00:12
음- 내가 그 쪽에서 스탭진으로 활동할 때에 비해서는 역시 시들해졌겠지;
나 때만 해도 일단 H.o.T.나 SES, 신화 등이 대세였기 때문에..
요즘은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등 훨씬 어린 축이 가요계의 대세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을런지... - -;;;; 벌써 몇년 전 얘기네. ^ ^;
가끔은 그립다. 만약 우연히라도 소식 듣게되면 나에게 알려주오.
Commented by 후아 at 2007/11/15 23:26
gematsal/ 되게 오래전 얘기다 :D 어린 애들 팬들은 팬아트 안하나? 진짜 궁금해지네.
Commented by Fun▲ at 2007/11/16 00:22
갑작스럽지만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도 팬아트 있습니다...:D 무한도전도 있는 걸요~~~ ....친구가 동방 팬이라서 적어봅니다=ㅂ=;;;
Commented by 후아 at 2007/11/17 21:59
Fun▲ / 이번에 코믹에서 무한도전 팬아트 봤습니다 오옷!! 했죠 :D 그리고 동방신기 팬아트도 몇팀 보이던데.. 몇년 전만 해도 아이돌 팬아트는 코믹에서 안받아줬었거든요. 그래서 따로 행사 열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나봐요?
Commented by Fun▲ at 2007/11/19 01:32
후아님// 아마 아이돌 팬덤의 과열이 안정화되서 그런 듯 합니다...아이돌 팬아트를 코믹에서 안 받아준 건 지나치게 오버해서 행사장 분위기를 흐리는 몇몇 팬들때문이었거든요. 예전부터 일본 아이돌같은 경우는 받아들이는 편이었고, 최근은 취향의 다양화로 드라마나 영화의 팬아트도 많은 편이라서 꼭 만화·애니의 2차 창작물일 필요는 없어진 듯 해요~(코믹측에서 아이돌 팬아트를 막을 당시 이유가 저거였지요..)
Commented by 후아 at 2007/11/19 22:15
Fun▲/ 그 쪽 시장이 많이 죽은게로군요 ^^ 그러고보니 한참 심할 때가 생각나네요. 인터넷상에 코스하는 애들끼리 키스하는 사진도 떠돌아 다니고 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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