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을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건 2년전쯤이다.
사실 난 코믹에 뭔갈 사러간다기 보다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가는데, 2년 동안이나 발길을 끊은 건 점차 변질되어가는 분위기가 괴로워서였다.
그러다가 이번 주말에 학여울 근처에 사는 친구네 집에 들렸다가 꽤나 충동적으로 코믹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일요일 오후쯤 되서 그런가 사람에 치이지도 않고 꽤 편하게 구경하고 나왔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그새 변한 것도 많고, 그대로인 것도 있더라.
이어지는 내용은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2년전 코믹에 비교해 개인적으로 느낀점이다.
언제적 얘기냐- 라고 하면 슬프다.
언제적 얘기냐- 라고 하면 슬프다.
1. 회지가 많아졌다. 그것도 창작회지가.
2년전엔 팬시가 주류였고, 회지도 그때그때 대세만화의 BL패러디물 정도였을 뿐. 창작 회지는 가뭄에 콩나듯 한두개 있을까말까였다. 그닥 퀄리티가 뛰어나지도 못했고.
근데 오늘 보고 깜짝 놀랐다. 신선한 충격이랄까.
사실 팬시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지만, 회지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여전히 대세만화는 있긴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한두개의 만화가 온코믹을 휩쓸정도는 아니더라. 게다가 창작회지가 엄청 늘었다. 프로작가들도 여럿 참여한 것 같은데(내가 확인한 것만 해도 3명) 전체적으로도 퀄리티들이 많이 좋아졌다.
보니까 소설들도 많이 팔던데 행사 특성상 잘 팔렸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 용감한 아마추어리즘이 난 좋더라.
2. 19금은 또 왜 이렇게 많누.
이번에 가서 사뭇 놀랐던(많이 놀랐다, 나) 것 중 하나가 성인물이 너무 많아진 거였다. 반이상이 15금 이상, 19금도 굉장히 많더라.
대부분 견본에서 야한 장면 같은 건 테이프로 봉해놔서 직접 볼 수는 없었는데, 유독 한 부스에서 꽤나 노골적인 포르노(성기가 가려지지도 않는 까만 막대 모자이크.. 포르노였다 그건..)를 후처리도 하지 않고 그냥 공개해놨더라. 코믹측에서 제재하질 않는건지 몰래 팔고 있는건지 알 순 없었지만(후자이길 바란다) 성인물 이라고만 써진 쪽지만 올려두고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는 곳에 그냥 방치해두다니 이건 개념상실 아닌가.
내 예전기억으론 분명 성인코믹이라는 행사도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안하는건가? 19금 자체를 나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있고 수위가 있는 건데..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어린아이들까지 오는 행사장에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 꺼림찍하더라.
3. 왜 일본 제책 방식으로 책을 뽑나?
정말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한두개도 아니고 꽤 많은 수의 회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제본으로 책들을 내고 있던데 왜 굳이 불편하게 그랬어야 했을까가 정말 궁금했다. 혹시 아는 사람?
그리고 일본어로만 된 회지도 팔고 있던데 그건 대체 뭐였는지.. 여러가지로 머릴 굴려봤는데 도통 모르겠다. 일본의 회지를 국내에서도 파나? 일본인이 한국코믹에도 부스를 냈나? 아니면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아아 정말 모르겠다.
4. 그리고 변함없는 상업성과 겉멋.
이문제는 더이상 말해봐야 입만 아파지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랴. 이게 빠지면 그게 어디 코믹이던가.
굉장히 무성의한 손바닥만한 얇은 카피본을 이천원에 파는 걸 보고 피식 했는데 그거 많이 팔렸으려나 모르겠다. 뭐 팬시쪽이야 지나다니며 흘깃흘깃 본 게 전부긴 하지만 그쪽은 뭐 변함없더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또 소위 인기작가라는 사람들의 화려한 그림책들이 잘 팔리는 것도 여전한 모양이고. 그림 그리는 내 친구는 혀를 차더라. 배경이고 뭐고 없고 인물만 예쁘게 그려놨다고. 코믹이라는 행사의 특성상 한눈에 팍 들어올 정도의 능숙하고 예쁜 그림이 잘먹힌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팬시도 아니고 회진데도 그저 예쁜 그림이면 좋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하기 힘들다.
난 내용도 성의도 없는 패러디물은 딱 질색인 사람인데, 희한하게도 그림이 정말 눈돌아갈 정도로 예쁘고 화사한 회지는 내용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더라. 내용에 신경쓰지 못할거라면 그냥 그 예쁜 그림 일러스트 회지로만 내주면 안될까.
2년만의 코믹방문은 즐겁기도 했고 입맛이 꽤 씁쓸하기도 했다.
부스를 내고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왜 그리 뚱하니 무표정한지. 정말 재미없어 보이더라.
아마츄어들의 상업적인 행사라는 것부터가 언밸런스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그 분위기를 즐길 수는 없는 걸까. 나름 만화인들의 축제 아닌가.
음..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