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시를 가르치시던 교수님 중에
나랑 코드가 잘 맞았던지 내가 써내던 시를 꽤 좋아해주시던 교수님이 계셨다.
학점도 잘 주시고 예뻐해주시니 나도 좋아라했다.
그 교수님 수업 중에 시를 발표하고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발표했던 내 시는 이거였다.
곤 이야기
오래전에 ‘곤’이란 이가 있었다.
마음은 중요치 않으나 그 생긴 것이 고약하여
모든 이의 미움을 받았다.
벌레가 갉아먹은 콩알을 박아놓은 듯한 눈에
썩은 진흙을 십리 밖에서 던져놓은 듯한 코.
구린 악취가 풍겨나오는 다물어지질 않는 입을 얼굴이라고 달고 다녔다.
저잣거리에서 날아오는 돌을 맞는 것도
아침마다 똥이 날라오는 대문을 여닫는 것도
좋다며 그 흉한 입을 벌려 웃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발목이 접질려 허둥대다
고만 엎어져 재수 없게 목이 부러져 죽게 되었다.
저승에 간 ‘곤’은
생전의 행실은 중요치 않으나 그 생긴 것이 고약하여
지옥 제일 깊숙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덜렁거리는 접질린 발과 부러진 목으로
가슴에는 시뻘겋게 달궈진 구 척 짜리 장창을 꽂고
머리에는 산 같은 도깨비 아홉을 이었다.
하루는 벌을 받는 죄수 중 한 자가 다가와
자신은 살생을 하고 여인을 범하고 남을 속였는데
그대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 벌을 받소 하고 물었다.
생긴 것이 못나 받은 죄라 하니
그 자는 혀를 차며 찌푸리곤
것 참 몹쓸 죄요 하였다.
내가 쓴 중에선 그래도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시지만 사실 유치할 정도로 직설적인 시다. 이 시를 발표하고나서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 중에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게 있어 포스팅까지 하게 되었는데..
워낙 시니컬한 감성이 덕지덕지 붙은 내 시를 좋아하던 교수님이라 평은 칭찬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으로 하시던 말이-
"마지막의 마지막 절망 끝에서라도 희망은 보여주어야 한다." 였다.
그때 당시엔 '희망? 여기서 어떻게 희망이 들어갈 수 있어?' 하고 갸웃했고, 당연히 A+가 나올 줄 알았던 학점이 A가 나와서 뾰루퉁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교수님이 하셨던 말따윈 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게 요근래 들어 부쩍 생각이 난다.
마지막 끝에 한줄기 남은 작은 희망..
그게 뭐였는지,
무슨 의미였는지,
지금에야 조금 알 것 같다.





